[목양칼럼] 11월 28일 2022년
Publish on November 28,2022관리자
[목양칼럼] 11월 28일 월요일
영어 표현에 'Even a broken clock is right twice a day'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뜻입니다. 하루가 24시간이고, 시계는 12시를 기준으로 오전, 오후로 나누어 시계바늘이 돌게 되어 있으니 적어도 하루에 2번은 맞는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고장이 나 멈춰 있는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옳은 시각을 표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이 표현은 항상 틀린 말만 하던 사람이 웬일로 옳은 말을 했을 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연히 던진 말이 기가 막히게 상황과 맞아 떨어질 때, 이 비유적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한 일치만이 아니라도, 이 말의 의미를 곱십어 생각하다 보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모든 것이 특정한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는 뜻밖의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간 세상도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기찻길처럼 어딘가를 향해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간도 금이라는 말은 거기에 딱 들어 맞는 표현이지요. 시간이 마치 저기 밖에 기찻길처럼 떡 하니 놓여 있어서, 일정한 방향으로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에 미치지 못하면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한참 뒤 처지는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라는 거에요.
한 순간의 착오도 없이 일정하게 움직이는 시간의 매정함은 잠시 한 눈이라도 팔 것 같은 이를 결코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시간에게 버림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매달려서라도 따라가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지요. 물론 하나님도 시간을 제멋대로 가게 내버려 두신 거라면, 딱히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은 게, 너무나 사랑하셔서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을 임의대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신 인간에게 시간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셨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뚱딴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시간을 작은 병에 담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장 왜냐고 묻고 싶겠지요. 두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시간이 사라져 가기 전에 담아서 기억날 때마다 보기좋게 옆에 보관해 두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서 입니다.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더 이상 시간 안에 머물 수 없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시간 여행이 점점 멈춰 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그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관해 둔 작은 병을 건네 드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지곤 합니다. 탄탄대로를 달리듯 시간 위에서도 부족한 것 없이 맘껏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며 시간에게 조차 저만치 등 떠밀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시간의 작은 병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주님의 시간도 알 수 없는 것이라 하니 번듯한 기찻길 같은 세상의 시간 앞에서는 별볼 일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이 주신 시간은 우리 세상의 기대와 달리 고장 난 시계처럼 보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우연처럼 보이는 두 번의 기회라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믿는 주님의 시간 앞에서는 지금 보다 나을 것이란 소망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행여 시간에 상처를 입고 있거나,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조그만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작은 병이지만 고이 담아 둔 시간을 아낌없이 여러분들께 나누어 드릴 테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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