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열 목사의 목양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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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께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시는가에 대해 역사적으로 세 가지 이론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나온 이론이 승리자로서의 그리스도(Christus Victor), 그 다음이 배상자로서의 그리스도(Christus Satisfactor),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자로서의 그리스도(Christus Educator)의 이론이다


우선 승리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이론을 살펴보면, 이 이론은 초대교회의 Gregory of Nyssa Rufinus 같은 신학자들이 고안해 낸 설명 방법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마귀하고 일종의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마귀에게 예수님을 내어줄 테니 지옥에 잡혀 있는 모든 영들을 대신 내주라는 거래였다. 마귀는 이 거래가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이에 응했다. 자기가 잡아 둔 많은 영혼들을 내주는 대신에 예수님을 잡아 두면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귀가 예수님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를 자기의 본거지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예수님은 마귀의 본거지에 들어가셨을 때 그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어 버렸다. 어둠에 빛을 비추니까 마귀가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자기가 잡아 두던 영혼들을 그대로 빼앗기고 예수님도 잡아 두질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 예수님은 승리자가 되어 많은 영혼들을 이끌고 하늘로 승리의 깃발을 올리며 올라가셨다는 것이다. 사탄의 세력을 정복하는 승리자 예수님의 이미지를 아주 재미있는 스토리로 설명한 것인데 물론 성경에는 없는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낚시꾼의 이야기이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일종의 낚시밥으로 사용해서 물에 던졌더니 마귀가 이걸 물었다는 것이다. 마귀를 잡기 위한 하나님의 작전인데 마귀가 여기에 걸려든 것이다. 어떻게 예수님이 구원자가 되시는가를 이야기 식으로 설명한 것인데, 이런 이야기들의 초점은 예수님께서 마귀의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가서 영혼들을 구출해 내시는 승리자의 이미지로 예수님의 구원사역을 설명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을 설명한 두 번째 이론은 배상자로서의 그리스도이다. 11세기 말의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Anselm이 정리한 이론으로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기독론이다. 그는 “왜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나?(Cur Deus Homo) 라는 책에서 이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중세 봉건제도를 배경으로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을 설명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이 죄를 지을 때 그 죄의 심각성은 해를 입은 자의 위대성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죄를 지어도 거지에게 해를 입힌 것과 왕에게 해를 입힌 것의 심각성은 천지차이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죄를 지었을 때 이것의 심각성은 우리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훨씬 넘는다. 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명예에 먹칠한 것이고, 하나님은 무한하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죄는 무한한 것이 된다. 문제는 사람이 이 무한한 죄의 대가를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에게 가해진 죄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존재는 사실 무한하신 하나님 자신뿐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나서야 했다.


한편 정의의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한 아무런 처벌 없어 인간을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 (현대적 입장에서는 처벌 없이 용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중세시대의 영주와 농노의 관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농노가 영주에 대해 어떤 죄를 지었는데 그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그냥 용서해주는 것은 당시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은 죄는 그에 걸맞는 정도로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다.) 사람이 하나님께 지은 죄의 심각성은 본질상 무한하고, 그 죄는 무한하신 하나님만이 처리할 능력이 있고, 그래서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는 신-(God-Man)의 사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죄 값을 치르는 배상자(Satisfier)가 되셔서 스스로 자신의 죄값을 치를 능력이 없는 인간을 대표하여 죄값을 치르신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대속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 기독교 역사에 등장한 세 번째 구속론은 교육자로서의 그리스도이다. 이 이론은 12세기 초의 프랑스 신학자인 아벨라드(Peter Abelard)가 정리한 이론이다.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도덕적 감화를 주는 위대한 스승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안셀름의 주장대로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배상의 성격을 띠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교육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안셀름은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신 것은 인간의 죄에 대한 처벌의 성격이 있다고 가르치지만, 아벨라드는 그것을 부정하면서 십자가 자체가 인간을 구원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아 자발적으로 예수를 따랐다는 것이다. 아벨라드가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은 기본적으로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아벨라드가 판단할 때 안셀름이 설명하는 하나님은 좋게 말해서 정의의 하나님이지 사실은 잔인한 하나님, 믿을 수 없는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그런 하나님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벨라드는 자유주의 신학의 대표자로서 심판 없는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다.


기독교 전통에서 주로 받아들인 구속론은 안셀름의 배상자로서의 그리스도 이론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구속론도 기독교 역사에 반복되어 나온다. 예수님은 사탄에게서 영혼들을 구출해내는 승리자라는 이미지도 있고, 인간이 되셔서 온 인류의 죄값을 치러 주신 배상자라는 이미지도 있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모범이 되시는 분으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위대한 스승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합적으로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기독교 대부분이 인정하는 기독론은 안셀름의 배상이론이다. 그리스도는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인간이신 God-Man으로서 죄 값을 치러주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교리를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승리자 그리스도와 교육자 그리스도의 개념도 성서에 기초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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