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6월 5일 2023년 Publish on June 06,2023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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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로 잘 알려져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문장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당시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문장이 소크라테스를 통해 유명하게 된 까닭은 이 짧은 문장이 가진 숨은 의미를 잘 파악하여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원석을 잘 가공하여 그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 수사학적 기술의 결과라 할 만 합니다.
그가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를 보고 발굴해 낸 첫번째 의미는 자기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깨달음의 시작은 자기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았습니다. 자기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순간에 비로소 지혜를 향한 첫 발걸음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에 보다 적극적인 두번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무지함과 불완전함을 깨닫는 것에서 그대로 멈추어 서 있는 게 아니라, 그 한계를 뛰어 넘어 지경을 넓혀보라는 권면입니다. 모른다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과 그 한계에 굴복하여 그만 둔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한계를 깨닫는 지혜와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라는 것이지요.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은 그만큼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그 길에서 마주치는 암초에 멈추어 포기할 것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라는 주문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명언에 숨겨진 의미를 우리의 신앙에 적용해도 크게 문제가 될 바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신앙의 여정도 자기 자신의 허점과 불완전함을 깨닫고, 새롭게 변화되기 위해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가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창조주 앞에 서 있는 허물 많고 유한한 피조물인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신앙의 여정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 후에는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철저히 자신을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거듭나는 성화의 길을 가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울 사도의 고백 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귀하므로, 그 밖의 모든 것을 해로 여길 줄 아는 삶의 변화입니다. 이러한 신앙의 결단을 통해 우리는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깨닫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께 다가서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하루도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으로 신앙 여정을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